

외관
순백색에 구불거리는 검정이 섞인 곱슬 단발머리. 둥글고 유순한 인상의 흑안. 눈물점이 있다. 입술이 두꺼우며 입 안은 치아 이외에는 온통 검다. 양 팔다리에 빛의 고리처럼 둘러진 띠가 있으며 이 경계선은 그때그때 이상의 사용에 따라 위치가 변해있다.
이상 및 전투방식
가르강튀아 / 진화
자신과 접촉하는 것들을 모두 먹어치운다. 가장 강력한 이상을 보여주는 곳은 입. 입술, 혹은 그의 들숨이 닿는 근거리에서 이상을 발현하는 경우. 이 최적의 거리에 한해 아직까지 삼키는데 실패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 번 이상의 사거리에 접촉한 사물은 그의 구강 크기에 맞게 일그러지고, 마치 빨려 들어가듯 집어 삼켜져 체내로 들어가게 된다. 「가르강튀아」 는 이 이상의 광경을 본 카러마트의 한 담당 연구원이 지어준 이름이다. 이미 일상적인 식사와 이상의 경계가 모호하다.
매우 강력하나 지나치게 좁은 사거리로 인해 연구와 훈련을 거듭한 결과, 카러마트의 연구진들은 그의 신체 말단들 역시 타 개체를 섭취함에 용이하도록 단시간동안 변이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섭취는 가능하나 입과 달리 변이된 모습을 의도하고 집중해야 유지할 수 있으며, 효율 역시 급속히 저하된다. 양팔, 양다리에 둘러진 빛의 고리는 그때그때 본인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며 그 아래의 영역, 즉 손발을 거대한 드릴같은 펜스처럼 변형시킬 수 있다. 고리가 팔다리 이외의 신체로 이동하지는 않는 듯. 해당 펜스에 닿는 사물은 펜스에 스치거나 뚫린 면적만이 사라지듯 파먹힌다. 변형시킨 신체 말단은 그의 들숨처럼 무중력인 뱃속과 일부 이어져 있어, 다리를 변형시킨 상태에서는 공중에 부유하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어느 자원이든 함부로 고갈시키거나 낭비되어서는 안 되는 네오메니아에서 먹어도 되노라고 허가받은 것 중 가장 큰 물체는, 노후화로 도저히 재활용 할 수 없어 예라의 엔지니어들이 골머리를 썩히던 높이 120m의 한 공업용 탱크. 사람은 매일 먹은 식사를 기억하는가? 그 역시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크게 기억하지 않는다. 소위 껍질을 두르고 돌아다니는 블랙홀. 그의 말에 따르면 의외로, 소화 전이라면 먹은 것을 도로 뱉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멀쩡할지에 대해 장담할 수는 없다.
성격
[무기력한]
멍하다. 영혼은 거의 다 빠져나가고 빈 몸통만 남은 것처럼 넋 놓고 있는 나날이 태반이다. 아무런 생동감도 느껴지지 않는 모습으로 느리게 돌아다니는 것은 일종의 유령과도 비슷한 인상을 준다. 늘 살짝 입을 벌린 멍한 무표정이 아니면 흔적처럼 미미한 미소를 지을 뿐. 아무 일정도 없을 때는 유리 돔 너머 우주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낙처럼 보일 지경.
[무관심한]
특이하다면 특이한 외형과 이름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관심을 받을 만한 존재가 되지 못하며, 저 역시 타인에게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다. 명령과 지시에도 시키는대로 곧잘 순응하나 영 느리고 허술하며 긴장감이 없다. 되묻는다면 아마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과의 관계를 거부하지는 않으나, 도통 누군가의 감정이나 대화에 집중하거나 배려하지 못해 그를 거친 모든 내로라하는 교육자들이 애를 먹었다고도. 타인의 어떤 칭찬이나 비난 역시 그나마 궁금한 게 생기지 않은 이상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말수가 적지는 않으나 대화 중 아무 곳이나 쳐다보며 흥미를 보이지 않고, 이내 절반 이상은 뜬구름 잡는 소리나 수수께끼처럼 종잡기 힘든 답변을 되돌려 줄 뿐. 그 기묘한 답변이나마 가끔은 뒷걸음질하다 개구리 밟듯 예리하게 찔러오는 면이 있을지도. 그러나 기본적인 배려나 상식의 부재중에 말하는 것이기에 꽤나 무례할 것이다. 통상적인 사회 관념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할 때가 있으며, 눈치를 보거나 감정을 헤아리는 것마저 어수룩하다.
[무감각한]
모든 종류의 학습과 자극에 둔하며 의욕은 커녕 조금의 관심조차 표하는 일이 드물다. 그에게 인류에 대한 의무나 문차일드로서의 사명감은 커녕 기본적인 욕구 전반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자유로운 식사가 허가되는 전투 훈련이 그가 제법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 덕분에 그에게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 식욕으로 보일지 모르나 정작 자신이 먹은 것에 대해서도 잘 기억해두지 않는다. 무기력한 모습 탓에 그의 성격 자체가 내성적일 것이라는 오해를 가끔 사나, 생각 이상으로 대범하거나 혹은 과감─어떤 상황에서는 비상식조차 용기로 보일 것이다.─한 면모를 보일 때도 있다. 본인의 안위조차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
기타
성장과정 : 카러마트에서 인공수정으로 탄생. 이른 나이인 3세 무렵, 예라의 한 청소부인 나이얼 모로포프에게 입양되었으나 7세 무렵 아이를 둘러싼 법적 문제, 그리고 위험한 이상에 비해 절제가 부족한 아이의 더 나은 관리와 교육을 위해 카러마트로 되돌려 보내졌다. 그 자신은 크게 아쉬움을 보이거나 양부에 대한 애정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예라만큼은 카러마트보다 더 마음에 들어했던 듯. 양부에게 받은 성 역시 큰 의미는 없으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후 보육원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주고 받지 않은 채 무난한 생활을 이어가다 녹틸루카에 선별됐다. 그나마 조금 특별한 점이라면 이상의 관리 및 개발을 위해 연구실로 곧잘 불려갔다는 것 정도였으니, 다가가기 꺼려지며 수상하고 사차원적인 아이라도 녹틸루카에 선별됐다는 사실 자체에는 크게 의문을 사지 않았다.
학교생활 : 녹틸루카 제 1 고등학교 2학년 E반. 대놓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누가 봐도 티 날 정도로 꾸벅꾸벅 졸거나 앉은 채 자버리는 등 성실한 생활에는 적성이 없는 듯. 시킨 것은 곧잘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결국 아무도 그에게 부탁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원한을 산 적도 없으나 호감을 산 적도 없다. 어느 교우 그룹이나 동아리에도 소속된 적 없다. 성격은 필기와 실기를 가리지 않고 늘 바닥을 기었다. 어느 곳에서라도 그 중 열등생은 있을 터이니, 그가 순전히 이상 하나만으로 녹틸루카에 선별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닌 셈. 본인은 현재에 대해 어떤 개선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인관계 : 관계라고 할 수 있을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그는 혼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자신도 그것이 익숙해 보였다. 활발하거나 붙임성 좋은 이들조차도 상호 원활한 소통이 되어야 화제를 이어나갈 터인데 그에게선 그런 상식적인 반응마저 이끌어내기 어렵다. 애초에 타인의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매번 부르는 이름이 다른 그와 구태여 친밀해지고 싶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미그머그는 무해한 듯 하나 친근하지 않으며, 무시하지는 않지만 대화 자체를 이어가기 힘드니 그에게 호의나 악의라는 구체적인 감정을 가진 이 자체도 드물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자리를 빠져나간다 해도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기 힘든 사람 중 하나 정도.
장래희망 : 현재조차 아무 계획 없이 살아있으니 사는 듯 보이는 그에게 장래를 생각하기란 능력 밖의 일일 것이다. 그래도 묻는다면, ‘지구에 가고 싶다’ 고만 말한다.
취미 / 호불호 : 직간접적으로 묻거나 관찰해도 쉽게 알아내기 힘든 것들이다. 그러나 그에게 호불호는 몰라도, 최소한 제 입에 들어가는 것 중 맛이 있고 없음의 차이는 있는 듯. 기준은 알 수 없다. 통상적인 영양학적 음식인지의 여부는 일절 관련없는 듯. 맛이 없다고 가리지는 않는다. 곧잘 우주를 바라보는 행위라도 취미라고 부를 수 있다면 유일한 취미. 소지품 역시 거의 없는데, 사적으로 선물 따위를 받을 만한 관계가 없는데다 받는다 한들 그는 곧장 제 입 안으로 넣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나마 먹지 않고 그의 곁에서 꽤 오랜 세월 살아남은 것이 있다면 모래 시계. 먹기 전 기다리고, 꼭 먹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는 의미에서 나이얼이 준 것이다. 미그머그가 과연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 미지수였으나 적어도 시계는 체외에서 살아남았다.
유의사항 : 틈만 나면 되는대로 평범하고 양이 많은 음식, 혹은 동그랗게 뭉친 폐종이, 냉각수, 잘게 잘린 스티로폼 등을 들고 다니며 과자나 음료수처럼 입에 넣어 우물거리고 있는 일이 잦다. 필요에 의해 일종의 보급품처럼 주어지는 듯. 먹을 것을 주면 거부하지는 않으나, 저 역시 누가 달라고 해도 순순히 건넨다. 어떤 악의를 가지지는 않았을지라도, 가끔 타인의 소유인 물건들에 자잘하게 먹어버린다. 제가 먹은 것에 대해서 잘 기억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지적받는다면 곧잘 사과한다. 그렇게 배웠다고. 그러나 재범과 훈육에 대한 개선은 여간해서는 되지 않았다. 훈육을 받은 것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뱉어달라면 순순히 뱉어주지만 보통은 별 생각 없이 씹어먹은 탓에 심하게 망가져 있다.
스탯 및 선언
공격 0 / 방어 2 / 기능 0
선언 - 수호
관계
파빌라 리우
접촉하는 것을 먹는 이상을 가진 학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분명 다른 사람의 소지품으로 보이는 것을 먹어치우기 직전인 이를 마주쳤을 때는 파빌라라도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 물건 대신 먹을 것을 건네주어 미그머그를 돌려보낸 이후로 종종 그의 손이 비어있을 때 잡동사니나 간식을 챙겨주곤 한다. 주변을 서성이는 기척이 느껴지면 주머니를 여는 것은 파빌라의 습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예나 지금이나 미그머그를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잘 구워진 빵보다 숯에 가깝게 탄 빵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러니드 웨이웨이 린
타인의 소중한 것을 먹어버리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었으므로 러니드의 엄마들이 손수 만들어 준 해태 자수의 손수건 역시 그런 식사 중 하나였다. 손수건? 같은 걸 먹었던가? 아마?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의 그것은 이미 뿌연 잔상만 남아있었으므로 되돌려 줄 수는 없었다. 여러 질답에도 불구하고 제가 먹은 것을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못한 미그머그는, 황망해하는 러니드에게 늘상 같은 표정와 톤으로 사과했다. 원수를 은혜로 갚는다고, 러니드는 제 소중한 물건을 먹어버린 미그머그에게 이후에도 자잘한 물건들을 간식으로 건네주었다. 미그머그는 마찬가지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먹었다. 그가 주는 것들은 흰색 무기질의 보급품과 다른 식감과 맛을 띄고 있다. 제 기묘한 행동이 상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는 것은 알아채지 못하는 듯. 간혹 해태를 돌보거나 자수하는 그를 구경할 때는 부유하듯 사라지지 않고 멈춰있다.